상속권 상실 의사표시

민법 제1004조의2 (‘구하라 법’)

① 피상속인은 상속인이 될 사람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1068조에 따른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상속권 상실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 이 경우 유언집행자는 가정법원에 그 사람의 상속권 상실을 청구하여야 한다. <개정 2026. 3. 17.>

1.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

2. 피상속인 또는 그 배우자나 피상속인의 직계혈족에게 중대한 범죄행위(제1004조의 경우는 제외한다)를 하거나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② 제1항의 유언에 따라 상속권 상실의 대상이 될 사람은 유언집행자가 되지 못한다.

③ 제1항에 따른 유언이 없었던 경우 공동상속인은 다음 각 호의 사유가 있는 사람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그 사람의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다. <개정 2026. 3. 17.>

1.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

2. 피상속인에게 중대한 범죄행위(제1004조의 경우는 제외한다)를 하거나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④ 제3항의 청구를 할 수 있는 공동상속인이 없거나 모든 공동상속인에게 제3항 각 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속권 상실 선고의 확정에 의하여 상속인이 될 사람이 이를 청구할 수 있다.

⑤ 가정법원은 상속권 상실을 청구하는 원인이 된 사유의 경위와 정도,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관계, 상속재산의 규모와 형성 과정 및 그 밖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제1항, 제3항 또는 제4항에 따른 청구를 인용하거나 기각할 수 있다.

⑥ 상속개시 후에 상속권 상실의 선고가 확정된 경우 그 선고를 받은 사람은 상속이 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상속권을 상실한다. 다만, 이로써 해당 선고가 확정되기 전에 취득한 제3자의 권리를 해치지 못한다.

⑦ 가정법원은 제1항, 제3항 또는 제4항에 따른 상속권 상실의 청구를 받은 경우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따라 상속재산관리인을 선임하거나 그 밖에 상속재산의 보존 및 관리에 필요한 처분을 명할 수 있다.

⑧ 가정법원이 제7항에 따라 상속재산관리인을 선임한 경우 상속재산관리인의 직무, 권한, 담보제공 및 보수 등에 관하여는 제24조부터 제26조까지를 준용한다.

[본조신설 2024. 9. 20.]

 

 

‘구하라 법’의 시행

대한민국 민법 상속편은 1958년 제정 이후 장구한 세월 동안 혈연 중심의 신분 질서를 공고히 유지하는 기틀이 되어 왔다. 특히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사망과 동시에 당연히 재산적 권리를 승계한다는 원칙은 사유재산제도와 가족 공동체 유지를 위한 핵심적인 법리로 작동해 왔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 접어들어 가족의 형태가 다변화되고 개인의 자율성이 강조되면서, 단순히 생물학적 관계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상속인에게 무조건적인 상속권을 부여하는 것이 정의로운가에 대한 사회적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의문은 2019년 고(故) 구하라 씨의 사망 이후, 수십 년간 양육 의무를 저버린 친모가 상속인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며 재산의 절반을 요구한 사건을 계기로 전국적인 입법 요구로 번졌다.

이에 국회는 이른바 ‘구하라 법’이라 불리는 민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며, 그 핵심인 제1004조의2(상속권 상실 선고)는 2026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이 제도는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범죄 행위를 저지른 상속인에 대해 법원이 심판을 통해 상속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하는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기존의 ‘혈연 중심’ 상속 체계가 ‘책임과 도리’를 전제로 하는 ‘사회적 계약 및 윤리적 책임’ 중심의 체계로 패러다임이 전환되었음을 선언하는 것이다.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는 단순히 부도덕한 상속인을 징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피상속인의 생전 의사를 존중하며 상속 재산 형성 과정에서의 실질적 기여와 도덕적 자격을 법적으로 정교하게 평가하려는 사법적 노력의 산물이다.

그리고 2026년 3월 17일 추가 개정을 통한 대상 확대하였다. 

민법 제1004조의2의 구조와 체계

민법 제1004조의2는 총 8개의 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상속권 상실의 사유부터 청구권자, 판단 기준, 소급효, 제3자 보호, 그리고 재산 관리인 선임에 이르기까지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의 전 과정을 규율하고 있다. 이 조항은 기존의 민법 제1004조(상속인의 결격사유)와는 달리 ‘당연 상실’이 아닌 ‘가정법원의 선고’를 요건으로 한다는 점에서 가사비송사건으로서의 성격을 명확히 한다.

항별 주요 내용 법률적 핵심 포인트
제1항

피상속인의 유언(공정증서)에 의한 상속권 상실 의사표시 및 유언집행자의 청구 의무

제2항

상속권 상실 대상자의 유언집행자 결격 사유

제3항

유언이 없는 경우 공동상속인의 청구권 및 6개월의 제척기간 설정

제4항

공동상속인이 없는 경우 등의 후순위 상속인의 청구권 인정

제5항

가정법원의 종합적 심리 기준 (사유의 정도, 관계, 재산 형성 과정 등)

제6항

상속권 상실 선고의 소급효와 확정 전 제3자의 권리 보호

제7항/제8항

상속재산관리인 선임 및 상속재산의 보전 처분 규정

상속권 상실의 실체적 요건:

부양의무 위반과 중대한 범죄

제1004조의2 제1항 및 제3항은 상속권 상실 사유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이 사유들은 피상속인에 대한 인륜적 배신 행위를 판단하는 잣대가 되며, 향후 가사 소송의 핵심적인 쟁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부양의무의 중대한 위반(제1호)

 – 중대한 범죄 행위 및 심히 부당한 대우(제2호)

두 번째 사유는 ‘피상속인 또는 그 배우자나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에게 중대한 범죄 행위를 하거나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이다. 이는 민법 제1004조에서 정한 살인, 살인미수, 상해치사 등 ‘결격 사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상속권을 인정하기에는 현저히 부당한 수준의 범행이나 패륜적 행위를 포함한다.

‘심히 부당한 대우’는 법적 범죄가 아니더라도 인륜에 어긋나는 심각한 행위를 포괄하는 유연한 개념이다. 지속적인 정신적·신체적 학대, 고의적인 가정 파탄 야기, 패륜적 언행 등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이는 ‘열린 불확정 개념’으로서 법관의 구체적 타당성 있는 판단을 필요로 하며, 사건 발생의 경위와 정도, 가족 관계의 맥락 등이 주요 심리 대상이 된다.

상속권 상실 선고의 청구 절차

상속권 상실은 법정 사유가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가정법원의 심판과 선고를 통해 확정된다. 청구의 방식은 피상속인의 생전 의사 유무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된다.

 1. 유언에 의한 상속권 상실 의사표시(제1항)

피상속인은 생전에 특정 상속인의 상속권을 박탈해달라는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 이 경우 민법 제1068조에 따른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이는 상속권 박탈이라는 중대한 법적 효과를 고려하여 피상속인의 진의를 엄격히 확인하고 유언의 위조나 변조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피상속인이 사망하면 유언집행자는 지체 없이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하여야 하며, 이 과정에서 유언집행자가 될 사람이 상속권 상실의 대상일 경우에는 유언집행자가 될 수 없도록 제한하여 이해관계의 충돌을 방지한다.

 2. 공동상속인 등에 의한 사후 청구(제3항 및 제4항)

피상속인의 유언이 없는 경우에도 공동상속인은 부양의무를 저버린 다른 상속인을 상대로 상실 선고를 청구할 수 있다. 또한 공동상속인이 없거나 모두 상실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실 선고가 확정됨으로써 상속인이 될 사람(후순위 상속인 등)도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실무상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안 날로부터 6개월’이라는 짧은 제척기간이다. 공동상속인은 상대방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청구해야 하며, 이 기간이 지나면 권리가 소멸한다. 이는 상속 관계의 신속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장치이나, 기산점 설정에 관한 법적 다툼이 빈번할 것으로 예견된다.

가정법원의 심리 기준

민법 제1004조의2 제5항은 법원이 상속권 상실 여부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핵심적인 지표들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정량적 평가를 넘어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고려 지표 세부 평가 항목
사유의 경위와 정도

부양의무 위반의 고의성, 범죄의 잔혹성, 학대의 지속 기간과 빈도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관계

평소 정서적 교류 유무, 가족 내 갈등의 배경, 화해를 위한 노력 여부

상속재산의 규모와 형성 과정

피상속인의 노력으로 일궈낸 재산인지, 상속인이 재산 유지에 기여한 바가 있는지

기타 사정

다른 공동상속인들과의 형평성, 사회적 비난 가능성, 피상속인의 생전 발언 등

특히 상속재산의 형성 과정이 주요 지표로 포함된 것은 구하라 씨 사건처럼 자녀의 연예 활동이나 노력으로 형성된 재산을 부모가 무임승차하려는 행태를 법적으로 제재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법원은 상실 사유가 형식적으로 인정되더라도 여러 정황을 고려하여 청구를 기각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가지며, 이는 가족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한 ‘사정 판결’의 성격을 띤다.

상속권 상실 선고의 법적 효과

: 소급효와 제3자 보호의 조화

상속권 상실 선고가 확정되면 그 효력은 ‘상속이 개시된 때’로 소급하여 발생한다. 즉, 상실 선고를 받은 사람은 피상속인 사망 시점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간주되며, 그의 상속분은 다른 공동상속인들에게 그들의 상속분 비율에 따라 배분된다.

그러나 소급효가 절대적으로 적용될 경우 법적 안정성과 거래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 이에 민법 제1004조의2 제6항 단서는 ‘해당 선고가 확정되기 전에 취득한 제3자의 권리를 해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거래의 안전을 도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상실 대상자가 상속받은 부동산을 선고 확정 전에 제3자에게 매도하고 등기까지 마친 경우, 제3자의 소유권은 보호되며 공동상속인들은 상실 대상자에게 가액 반환만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상속 재산이 일탈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정법원은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에 따라 상속재산관리인을 선임하거나 재산 보전 처분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상속권 상실 제도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도록 뒷받침하는 절차적 안전장치이다.

2026년 3월 17일 개정

: 대상 확대

상속권 상실 제도는 2026년 1월 1일 시행 이후 불과 두 달여 만에 중대한 개정을 거쳤다. 초기 입법 단계에서는 ‘피상속인의 직계존속’ 즉, 양육 의무를 위반한 부모를 주된 표적으로 삼았으나, 2026년 3월 17일 개정을 통해 상속권 상실의 대상을 ‘모든 상속인’으로 전면 확대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부양의무가 부모 자식 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부부 사이(민법 제826조), 그리고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관계에서도 동일하게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이제는 배우자가 중대한 부양의무를 위반하거나, 자녀가 부모를 학대하고 유기하는 경우에도 상속권 상실 선고의 대상이 된다. 이는 상속 제도가 혈연이라는 생물학적 신분 중심에서 벗어나 ‘책임과 기여’라는 사회적 가치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되었음을 의미한다.

상속권 상실과 유류분 제도의 관계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의 도입은 유류분 제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24년 헌법재판소의 유류분 헌법불합치 결정은 ‘패륜적 상속인에게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를 담고 있었으며, 상속권 상실 제도는 이러한 위헌성을 제거하기 위한 입법적 후속 조치이다.

가정법원에 의해 상속권 상실 선고가 내려지면, 해당 상속인은 상속인의 지위 자체를 잃게 되므로 당연히 유류분 반환 청구권도 소멸한다. 이는 상속 재산의 분배에서 패륜 상속인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법적 수단이 된다. 또한, 형제자매의 유류분이 폐지됨에 따라 피상속인의 유언에 의한 재산 처분권이 한층 강화되었으며, 상속권 상실 제도는 이러한 사적 자치의 영역을 보호하는 보루로서 기능하게 된다.

실무적 쟁점: 입증 책임

상속권 상실 소송은 향후 가사 소송 분야에서 가장 치열한 전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의 승패는 ‘부양의무의 중대 위반’이나 ‘심히 부당한 대우’를 객관적 증거로 얼마나 설득력 있게 증명하느냐에 달려 있다.

주요 쟁점 실무적 대처 방안 및 증거 활용
양육 의무 불이행 입증

이혼 판결문, 양육비 부담 조서, 계좌 내역, 미지급 기간 확인서

연락 두절 및 유기 입증

통신사 사실조회, 주민등록 초본상 주소지 변동 내역, 주변인의 진술

심히 부당한 대우 입증

과거의 형사 처벌 기록, 병원 진단서, 상담 기록, 문자/카카오톡 메시지

재산 형성 기여도 입증

피상속인의 자금 출처 조사, 상속인의 기여를 증명할 수 있는 금융 기록

전문가들은 단순히 “사이가 좋지 않았다”거나 “소원했다”는 주장만으로는 상속권을 박탈하기 어렵다고 조언한다. 수십 년 전의 가족 관계를 복원하고, 피상속인의 고통을 증명할 수 있는 정교한 증거 수집이 필수적이다. 또한, 상실 청구가 기각될 경우를 대비하여 상속 재산의 분할 과정에서 고인을 부양해 온 가족들의 ‘기여분’을 최대한 인정받는 ‘플랜 B’ 전략을 병행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권장된다.

전망과 과제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된 상속권 상실 제도는 대한민국 상속 문화에 거대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혈연이라는 이유만으로 재산을 물려받는 시대는 가고,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도리를 다한 자만이 권리를 누리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향후 실무적으로는 상속권 상실 청구 건수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며, 대법원 판례를 통해 ‘중대한 위반’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정립될 때까지 일정한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다. 또한, 피상속인의 최종 의사를 보호하기 위해 생전에 공정증서 유언을 작성하는 문화가 확산될 것이며, 이는 ‘죽음을 준비하는 법적 절차’가 우리 사회의 일상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부는 상속 재산의 관리와 보전 처분이 실효성 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가사소송법 등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법원은 구체적 타당성과 법적 안정성의 조화를 꾀하는 현명한 판결을 축적해 나가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